소멸 ✦ Extinction　　 “휘이이이…잉…” 　 휘이이- 　 목소리가 잦아든 자리가 제대로 된 바람 소리로 가득 찼다. 시나리오 점검이 도래한 것이다. ‘서유기’ 설화에 들어오고도 며칠의 시간이 흘러, 번잡하게 떠들어대는 온갖 의성어에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으나, 역시 매질을 타고 울리는 건 인간의 목소리보단 자연의 소리가 나았다. 이길영이 승복을 과장스럽게 휘날리며 쿠오오오 따위의 효과음을 내뱉을 때마다 유중혁은 ‘바람의 길’을 사용해 꼬마 놈의 입을 막고 싶은 충동을 다스려야 했다. 중간중간 신유승이 유중혁의 눈치를 봤다지만 그 역시 잠깐이었다. 지난 회차에서 김남운을 몇 번이고 자중시켰던 것과 달리, 유중혁은 이길영을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이번 회차의 유중혁은 바람의 길을 얻지 못했다. 질문의 ..